Field Notes · 제 1장
제 1장: AI Transformation & Legacy 그리고 FDE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그동안 삼성 반도체라는 조직내에서 AX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배우고 느낀 경험들을 주제에 따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회고록은 22년 부터 4년째 LLM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몸담아 쉴새없이 달려온 지금 시점에서 잠시 쉬어가며 나의 기억들을 자산화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AI native ( 나는 이걸 AI로 부터 시작된 기업이라고 정의하고싶다. ) 기업이 아닌 Legacy 대기업에서 AX활동이 왜 어려운지, 그리고 FDE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Software Engineer는 사람에 따른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타쿠 스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회식때 주로 하게 되는 이야기가 조직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루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특히 AI와 같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고, 승자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에서는 더더욱 두드러진다. 애니메이션 오타쿠들, 주식 중독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알 수 있지만 오타쿠들은 잘 아는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고있기에 그들의 대화의 주제는 지식을 나누는 것 에 머무는 경우는 얼마 없다. 우리의 주제는 주로 미래 혹은 가능성의 예측이다. 간단하게는.. 원작에서는 싸운적이 없는 특정 캐릭터 A와 B가 싸운다면 승자는 누가 될것인가, 또는 아직 오진 않았지만 이란 전쟁이 CPI를 건드리게 된다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와 같은 주제들이다.
AI에 몸담고 있던 나 또한 이러한 특징을 가졌다. 우리의 대화는 주로 AI 가 뭘 할수있냐 에서 시작하더라도 AI가 세상을, 조직을,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바이오와 같은 극 미래주의 주식을 투자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러한 미래와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기본적으로 긴 Timeline을 전제로 하고있다. 22년도 23년도, 한창 AI에 빠져 AI Native 개발을 하던 나에게 “AI가 조직을 어떻게 바꿔가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내가 제공했을 답변들은 “일반 반복 업무의 대체”, “모든 개발자의 PM화”, “Decision 만이 살아남는 미래” 와 같은 완료 까지 5년 이상의 Timeline을 기본으로 깔고가는 답변들을 주었을 것이다. 여기서 AX의 첫 걸림돌이 시작된다. AI 개발자들은 미래를 본다. LLM과 AI는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매 3달마다 음식 유행이 바뀌듯 Trend와 Lead Group이 바뀌며, 그중에는 얀 르쿤처럼 LLM의 한계와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자들도 생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조직의 AX는 정말 큰 흐름의 AX이다. 당장의 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Model을 개발하고, 사내 지식을 AI Native 하게 쌓아갈 수 잇는 구조화된 Data Stacking 흐름을 정의하고, 이에 따라 Data를 자산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등 어찌보면 아직 오지않은 하지만 방향성은 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 이다.
하지만 운영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의 Timeline은 5년 10년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5년 10년 이후에 기업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이후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 연구비와, 지금 당장 기술을 도입해서 수익과 연결되어야 하는 투자비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SW 조직은 Legacy 기업입장에서 가장 모호하고,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없으면 안되는 투자비이다. 어쩌면 대기업의 SW 가 SI 조직이나 외주 위주가 되어가는 이유가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 단순히 운영자들을 탓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우리만 해도 주식 시장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라는 말이 아닌가… 틀린말이 아닐수도 있지만, 당장 내 매수와 매도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AX를 실제로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지의 이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AI의 선두 그룹, AI를 주도하는 기업에서 이뤄내고, 이야기하고있는 AI도입 및 AI에 대한 미래와, 지금 Legacy 기업의 현재와 현실, 그리고 실현 가능성에서 큰 Base 차이와.. 역량 차이, 그리고 결론적으로 비용 효율화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Meta와 Google, 또는 Antropic이 공격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주제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키워드들이 종종 나타난다. “Claude Code의 xx%는 A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 “Google, Meta의 신규 코드의 yy% 는 AI 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Meta의 모든 Code Review는 AI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좋다. 또한 놀랍다. 그리고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를 도입하고자 하면 다음과 같은 Base의 차이가 생겨난다. 우리의 Code는 git 과 같은 좋은 Branch 관리 Tool로 관리되어지고 있는가?, 또한 개발자들이 Branch Rule을 명확히 인지하고 Test및 QA로직을 따르고 관리되어지고 있는가? 우리의 Code는 AI Native 개발이 가능한 상태로 문서관리 및 모듈화 작업이 되어있는가? 우리 조직은 올바른 Code Review문화를 따르고 있고, Review가 실제 Code Work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
또한 이러한 역량 및 도구 차이도 생겨나게 된다. 우리는 외부에 가장 앞서나가는 AI Native Tool들을 자유로이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가? 우리 개발자들은 Vibe Coding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코드 품질과 개발 Tradeoff에 대해 자유로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인가? 그리고 AI가 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종종 놓칠 수도 있지만 요즘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이러한 질문도 있다. 우리 회사에서 한명의 Developer의 특정 Work를 대체 하는 것이 Meta가 한명의 Developer의 특정 Work를 대체하는 것 만큼의 비용적 효과가 있을 수 있는가? 우리 회사의 AX는 Token cost 대비 비용 효율적 인가?
종합해보면.. 아직 세상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론과 가능성 및 한계가 정해지지 않은 영역이고, 비용 효율적인 기술도 아니며, 선두주자와 후발주자간의 이격이 너무나도 큰 기술. 따라서 선두 주자의 방법론을 그대로 도입하고 선두주자가 하는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더러는 가능하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즉. AI 개발자의 입장에서 선두주자의 방향은 우리가 가야하는 미래, 즉 5~10년 후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투자대비 ROI가 나와야 하는 이미 누군가는 성공한 현재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것이 가장 큰 이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지난 4년을 회고해보면, AX활동으로 AI Native한 새로운 것을 개발했던 시간보다. AI를 도입하려고 하다 보니 미뤄놧던, 감춰져 있던, 여러가지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DX를 마무리짓는 활동을 더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태면, AI 를 도입하는 활동보단 AI를 도입하기위해 필요한 길을 까는 활동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영자들에게 그렇다고 AX는 불가능하다. AI를 도입하면 안된다. 라고 말할수는 없다. 이는 위계와 권력을 떠나서 운영 측면에서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AI가 결과적으로 그 어떠한 비용적인 이득이 없다고 한다면 그 어떤 운영자가 AI를 사용하려고 하겠는가? 연구소에서는 시도할 수 있지만, 사업부에서 시도할 수는 없는 가능성이다. 주식도 마찬가지 아닌가? 만약 어떤 펀드에 상담받으러 갔는데, 주식 가격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벌수도 잃을수도 있지요, 단 벌면 수익을 나눠드리고 잃으면 손해도 같이 지시면 됩니다. 라고 한다면 누가 펀드에 돈을 맡기겠는가? 따라서 장기적인 전략가도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내 계좌에 돈을 불려줄 수 있는 애널리스트, 차티스트, 매매 전문가가 필요한 법이며. Legacy 기업 입장에서 AX를 진행할 때 FDE가 매우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FDE의 역할은 무엇인가? 운영자들에게 현실을 자각시키는 역할인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성공시키는 역할인가? 후자가 가능하다면 정말 대단하고.. 엄청나고, 얼마를 주어도 모자란 FDE겠지만, FDE가 신도 아니고 미래에서 온 AGI도 아니고 불가능한걸 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FDE를 정식으로 Position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제대로 된 FDE로써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 일하면서 견해가 바뀔 가능성도 매우 크지만, 지금까지 내부 FDE로서 일하면서 내가 느낀 FDE의 Role 중 가장 중요했던 한 가지는 Translator다. FDE가 가지는 역할은 여럿이고 앞으로도 내 관점은 계속 진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한가지 역할은 사실 운영자들은 기술 그 자체에 관심 크게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 AI에 운영자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AI 가 그동안 없엇던 비용 효율화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이다. Meta나 Google또는 Antropic이 보여준 “기술의 구현” 이 주 목적이 아니라면 AX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실현 가능성의 난이도가 굉장히 많이 달라지게된다. Meta나 Google처럼 전체 코드의 80% 이상을 AI가 당장 생성하게 만들긴 어렵다. Antropic이 이야기하듯 사내 지식을 Base로 계속해서 자가 발전하는 Model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Code work 에 쓰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파편화된 사내 지식을 정리하여 마치 Model이 사내 지식을 아는 것 처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운영자들이 원하는 것이 “기술적 진보” 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의 목적의 달성” 이라면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AX도 지금 당장 그들의 Timeline에 맞춰 비벼볼 틈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Legacy 기업의 AX 변화도가 조직 성장의 주 목표인 AI Native B2B 기업이나 AX가 곧 성과인 내부 조직의 경우 지금 당장 딜을 체결하고 수익을 올리며,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중요한 Translation point가 되며.. 아마도 이전 시대의 Web Master 와 같은 반짝 하고 지는 Role들과 다르게 이미 심하게 벌어졌고, 더 가속화되어 벌어지고 있는 AI 기술 인식의 이격속에서, FDE는 앞으로 조직 내 AX가 되었든, B2B AI Sales가 되었든.. FDE들이 해내는 많은 일들 중 하나로써 이 translation work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다.
본 글은 FDE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사람의 확증 편향이 담겨져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바이다.